◆ 속보> 전세 대란 또 온다

 
 
 
빚 내서 집 사라”… ‘토끼몰이’ 왜?
 
 
 
머니위크|2014.09.16 05:10 박근혜 정부의 부동산 대책 최종판이 마침내 얼굴을 드러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취임 직후인 지난 7월 침체된 부동산시장을 겨냥해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총부채상환비율(DTI) 등 규제완화책에 이어
 
9·1 부동산 대책 추가 조치를 내놨다.
 
 
이 대책을 ‘최종판’이라 부를 수 있는 이유는 이제 추가로 내놓을 대책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정부는 9.1 부동산 대책을 통해 재건축 연한을 단축(40년→30년)시키는 재건축 활성화 방안과
주택청약제도 간소화(가입 1년 이상 청약 1순위),
유한(有限)책임 대출제도 시범 도입, 그리고 택지개발촉진법 폐지와 공공택지 지정 중단 등을 발표했다.

복잡해 보이지만 요지는 간단하다.
 
 
 
빨리 집을 사라는 것이다.
 
 
다가구 주택 소유자들에 대한 규제를 대거 풀어
 
 이들이 집을 사도록 하겠다는 것과
 
 
더 이상 정부가 추진하는 대규모 신규 공급이 없음을 알림으로써
 
 
눈치 보지 말고 지금 집을 사라는 것이다.
본문 이미지 영역/사진=뉴스1 오대일 기자
◆ “빚 내서 집 사라” 부추기는 정부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주택시장이 침몰한 이후부터 정부는  
부동산시장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온갖 대책을 쏟아냈다.  
 
하지만 정책은 청개구리마냥 어긋났고 결국  
‘엇박자’ 부동산정책이 돼 서민들의 전세난만 가중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재건축 아파트의 임대주택 건설 의무를 폐지하고 임대주택단지를 헐어  
분양 물량으로 전환한 보금자리주택이 대표적인 사례다.  
 
 
또 중·소형 주택 감소를 부른 무분별한 뉴타운 개발과  
 
빚 내서 집 사라는 정부의 주택금융정책도 서민들의 보금자리를 앗아갔다.

 
 
정부의 주택정책은 주택 실수요자인 전세 세입자들에게는 늘 ‘역방향’이었다.  
 
서민·중산층보다는 주택 소유자와 건설업체의 주택분양에 초점이 맞춰져 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대책은 강도와 방향 면에서 어떤 정책과도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파급력이 크다. 
 
 
 
 
때문에 부동산시장의 분위기도 바뀌었다.

 
 
 
그동안 시장 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 한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이던 자산가들이 LTV·DTI 등 금융규제 완화,  
 
금리 인하, 재건축 연한 10년 단축, 신도시 공급 중단 등  
 
정부가 잇따라 부동산 활성화 대책을 쏟아내면서 
 
이제는 주택 구입을 타진하는 쪽으로 돌아서고 있다.  
 
 
여기에 무주택자들까지  
지금이 아니면 더 집을 구입하기 어려워 질수 있다는 ‘기회론’에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러한 분위기는 곧바로 부동산시장에 반영돼  
 
지난 8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5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지난 8월 서울의  
아파트 거래량(신고일 기준)은 5664건으로 2009년 8343건 이후 최고치를 보였다.

하지만 당장 아파트 거래량이 늘었다고 낙관적으로 볼 수만은 없다.  
 
정부의 부동산시장 활성화 대책으로  
가계부채가 다시 급증할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국민·우리·신한·하나·농협·기업·외환 등 7개 주요 은행의 
지난 8월 한달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잔액은 302조2975억원으로  
LTV·DTI가 확대되기 전인 지난 7월의 297조7000억원보다 5조원 가까이 늘어났다.  
 
7개 주요 은행의 8월 주담대 잔액은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이 소폭 감소한 것 빼고는 모두 증가했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전문가들과 은행권에서는 어느 정도 예측했다는 반응이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및 LTV·DTI 완화가 주담대를 늘리는 원동력이 됐다는 것. 
 
LG경제연구원 정성호 책임연구원은 “LTV와 DTI 규제가 풀리면서 제2금융권에서  
은행권으로 옮긴 자금도 8월 한달의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잔액이 늘어나는 데 영향을 줬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도 “LTV와 DTI 확대 시행과 더불어 금융당국에서  
은행권에 할당한 혼합형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 비율을 맞추기 위해  
은행들이 저금리 특판상품을 많이 판매한 것도 대출 잔액이 늘어나는 데 영향을 줬다”고 말했다.

◆ ‘전세난민’ 양산 우려

현 상황만 놓고 보면 정부의 부동산 규제완화로 서민의 빚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때문에 시장에서는 고삐 풀린 부동산정책으로  
 
늘어난 가계부채가 결국은 가진 것이 없는  
서민들의 목줄을 죄는 역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주택담보대출이 증가함에 따라 전셋값 움직임도 심상찮다. 
 
이는 대출한도가 늘면서 자연스레 전셋값도 상승하기 때문이다.  
 
이에 전세시장 여건은 더욱 나빠질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전세 계약 갱신을 앞두고 있거나 새로 셋집을 구하는 서민의 시름도 깊어질 전망이다.

국민은행이 집계한 전국 아파트의 전세가율은  
지난 8월 69.1%로, 1998년 이 은행이 통계를 낸 이래 두번째로 높다.  
 
매매가격보다 전셋값이 더 큰 폭으로 오른 결과다.  
 
8월의 전국 아파트 매매 시세는 1년 전에 견줘 1.6% 오른 데 비해 전셋값은 4.4%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정부의 9·1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뒤에는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전셋값 상승폭이 더 커지고 있다.  
저금리 기조의 장기화로 집주인이 전세를 월세로 빠르게 전환하는 데다  
서울 일부 지역에서는 재건축 이주 수요까지 겹쳐 전세물량 부족 현상을 심화시키고 있다.

 
 
그런데 정부는 전세 수급의 불균형 해소 대책으로 매매시장 활성화를 내세우고 있다.  
9·1 부동산 대책도 재건축 규제완화와 청약제도 개선 등으로 매매 수요를 늘리는 데만 초점을 맞췄다.  
 
전세 수요가 매매 수요로 바뀌도록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8월부터 총부채상환비율(DTI) 등 부동산 대출 규제를 완화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한마디로 전세살이 세입자들에게 빚을 내 집을 사도록 하는 게 정부가 생각하는 전세난 해법이다.

하지만 이는 가계의 주택 구입 여력을 고려하지 않은 책상머리 처방이다.  
가계소득 대비 지금의 주택가격 수준을 고려하면 전세 수요가 매매 수요로 옮겨갈 가능성은 제한적이다.  
 
빚을 내더라도 집을 살 형편이 되지 않는 가계도 수백만에 이른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의 매매시장 활성화 대책으로 집값마저 들썩이게 되면 
 
전세난은 더욱 가중될 수밖에 없다.  
 
이는 서민 주거비 부담을 키우고 전세난민을 양산하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이에 대해 부동산업계의 한 전문가는 
 
“현재 정부의 부동산정책은 불쌍한 토끼(서민)를 이리저리 몰고 있는 형국”이라며  
 
“서민들에게 빚 내주고 집 사라고 부추기지만  
서민들은 집을 사도 문제, 안 사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부동산정책은 서민의 주거 안정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전체 가계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는 세입자의 주거 안정과  
 
주거비 부담을 완화하는 대책이 나와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