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 간 무역갈등이 고조되는 가운데 중국이

미국과 중국 간 무역갈등이 고조되는 가운데 중국이 지난 7월 한 달 동안 미국 국채 보유량을 77억달러나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중국이 미국을 압박하는 카드로 미국 국채를 팔 수도 있다는 우려가 고조되면서 미국 시장에서 채권금리가 급등했다.

18일(현지시간) 미국 재무부 자료에 따르면 7월 기준 중국의 미국 국채 보유량은 1조1710억달러(약 1315조3843억원)로 전달 1조1787억달러에서 77억달러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의 미국 국채 보유액은 2월 1조1767억 달러를 기록한 이래 6개월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중국은 6월에도 40억달러어치 미국 국채를 내다 팔아 2개월 새 국채 보유량이 110억달러나 줄었다.

중국은 미국 국채 최대 보유국으로, 중국이 보유한 미국 국채 규모는 주요 외국 정부가 보유하고 있는 전체 미국 국채 물량 중 19%에 달한다. 이로 인해 중국의 미국 국채 보유량은 미·중 무역갈등이 고조된 이후 가장 관심을 두는 지표 중 하나가 됐다. 중국이 미국에 대한 보복 대응으로 미국 국채를 대량으로 내다 팔 가능성이 제기되기 때문이다.

중국이 미국 국채를 대량으로 매도하면 국채 가격이 급락해 미국 시중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고 결과적으로는 미국 내 소비와 투자가 위축되는 등 미국 경제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 나아가 미국은 막대한 재정 적자를 충당하기 위해 신규 국채를 발행해야 하는 상황인데 중국이 오히려 미국 국채 보유 비중을 줄이면 미국 경제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가뜩이나 미국은 지난해 12월 통과된 감세안 탓에 올해 세수가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면서 국채 발행을 통한 재정 운영이 절실하다.

이러한 이유로 최근 미국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센터가 미국인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는 미국인 중 89%가 ‘중국이 보유한 막대한 규모의 미국 국채’가 미·중 관계에 가장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문제라고 응답했다.

실제 미국 재무부가 자료를 발표한 뒤 미국 국채금리가 급등했다. 19일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3.057%를 기록해 5월 22일(3.059%)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2년물 국채금리는 2.799%까지 올라 10년래 최고치를 경신했다.

증권사 시포트 글로벌의 톰 디 갈로마 채권투자책임자는 마켓워치와 인터뷰하면서 “시장에서 미·중 간 무역전쟁이 지속되면서 중국이 어떻게 보복할지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중국이 (무역전쟁에 대응하는)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는 중국이 대량 보유한 미국 국채를 매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다음주 열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이 확실시되는 점도 시장의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현재 미국 기준금리는 1.75~2%로 연준은 8월에 금리를 동결했지만 고용 호조와 물가 상승 등을 반영해 9월에는 금리를 0.25%포인트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에서는 중국의 미국 국채 보유량 감소에 대한 확대해석을 경계하고 있다. 홍콩 봉황TV는 “중국 인민은행이 합리적인 수준에서 미국 국채 보유량을 조절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19일 봉황TV는 경제 패널 프로그램에서 “최근 무역전쟁이 고조되면서 중국이 본격적으로 미국 국채를 팔아 보복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며 “하지만 최근 6개월간 미국 국채 보유량 추이를 살펴보면 감소율이 0.6% 내외로 미미한 수준이어서 인민은행이 국채 등 자산 관리 차원에서 매매한 결과로 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아킬레스건이 국채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는 중국이 실제 미국 국채를 매각할지는 미지수다. 자칫 중국 경제에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이 미국 국채를 매도하면 중국이 보유하고 있는 미국 국채 가치가 떨어져 대규모 손실을 볼 수 있다. 또 미국 국채 매각 과정에서 달러가치가 하락하면 중국이 보유하고 있는 달러화 자산 가치가 떨어져 추가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

인민은행에 따르면 8월 기준 중국 외화보유액(3조1097억달러) 중 54.3%가 달러화 자산이다. 중국이 미국 국채를 매각해 미국 경제가 위축되면 중국의 대미 수출량이 줄어들어 중국 경제도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중국 중신증권은 “중국과 미국의 경제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중국 당국이 섣불리 미국 국채를 매각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미국의 공세가 더욱 거세지고 중국의 공격 수단이 거의 소진될 무렵을 대비해 최후의 반격 카드로 ‘미국 국채 매각’을 남겨둘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중국이 미국 국채를 내다 파는 방식보다는 먼저 환율 등으로 미국을 자극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문가들의 분석도 나온다.

투자은행 제프리스의 수석 금융전문가 워드 메카시는 CBNC 방송과 인터뷰하면서 “현재까지 중국의 반응은 그들이 더 이상의 무역분쟁 확대를 원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만약 무역전쟁이 본격화하면 중국은 지금과 달리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증권사 내셔널 얼라이언스의 채권담당 이사 앤드루 브레너도 CBNC를 통해 “이번 중국의 미국 국채 보유량 감소는 반올림 오차 수준의 미미한 규모”라며 “만약 중국이 미국의 관세에 반발을 표하고 싶다면 곧장 채권을 매각하는 식으로 대응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