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식당 행정처분 온라인 공개시스템 열어봤더니…

서울시 식당 행정처분 온라인 공개시스템 열어봤더니… 유명 프랜차이즈·맛집, 유통기한 지난 식재료와 화학물질 바른 음식 팔아 시민들은 여전히 ‘먹는 장사’를 택했다. 서울시는 지난 5월4일 창업에 관심 있는 20대 이상 시민 1천 명을 대상으로 창업 수요 조사를 벌인 결과를 밝혔다. 시민들이 첫손으로 꼽은 창업 분야는 외식업(39.5%)이었다. 유통·서비스업(8.6%), 쇼핑몰(6.7%), 패션(5.9%), 실버·복지(5.8%) 산업이 차례로 뒤를 이었다. 특히 프랜차이즈를 선호하는 사실이 눈에 띄었다. 독립점포 창업(40.3%)에 이어 29.6%의 응답자가 프랜차이즈 가맹점 창업을 선호한다고 답했다. 여성이 남성보다 ‘프랜차이즈 가맹점 창업’을 더 선호했다. 희망하는 창업교육 조사에서도 외식업을 택한 응답자가 22.0%로 가장 많았다. 맛보다 위생으로 점수를 매기다 음식 프랜차이즈 사업은 불안을 먹고산다. 이번 조사에서 선호하는 창업 사업과 형태는 달랐지만 동기는 비슷했다. 창업 동기에 대해 ‘많은 돈을 벌고 싶어서'(26.1%),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25%), ‘경제적 불안정'(17.9%) 순으로 답이 나왔다. ‘불안’을 동기로 꼽은 응답자가 42.9%인 셈이다. 불안은 시민의 영혼을 잠식한다. 동시에 음식 프랜차이즈 가맹사업을 살찌운다. 지난해 8월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100여 개 프랜차이즈 사업체가 참여한 ‘프랜차이즈서울 창업박람회’가 열렸다. 외식업체의 비중이 컸다. 치킨·피자 전문점, 일본식 선술집 가맹사업체 등은 특별한 기술 없이 적은 자본으로 시작할 수 있음을 내세워 예비 창업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창업자는 식재료와 노하우, ‘브랜드 가치’를 제공받는다. 가맹사업자는 영업이익을 낸다. 소비자는 적당한 가격과 질의 음식과 함께 ‘위생 등 최소한 기본은 믿을 수 있다’는 신뢰감을 제공받는다. 겉으로 보면 ‘윈윈’이다. 한국의 식당가와 거리를 점령한 음식 프랜차이즈는 소비자의 신뢰를 살 만한가. 신뢰의 핵심은 맛보다 우선 식재료, 유통기한, 식당 위생 상태 등에 있다고 판단했다. 한국의 식당들이 평균적으로 깨끗하다고 보기 어려운 탓이다. < 한겨레21 > 이 음식 프랜차이즈의 위생 상태를 살폈다.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일반인도 식당에 대한 행정처분 결과를 알수 있다. 서울시의 민원처리 온라인 공개 시스템( http://open.seoul.go.kr/open/open_list/opoohtm02_saeall.htm )이 그것이다. 지방자치법상 지방자치단체는 식당을 단속해 과징금 등 행정처분한 결과를 공개해야 한다. < 한겨레21 > 이 이 사이트를 참고해 서울시내 25개 구청에서 2010년 4월부터 올 4월까지 1년간 관할 음식 프랜차이즈에 영업정지·과징금·시정명령 결정을 내린 사례를 살폈다. 행정처분 가운데 위생 불량, 유통기한이 지난 식재료 사용, 식재료 원산지 미표시 등 음식과 관련된 ‘기본’만 추렸다. 무단 확장으로 인한 과태료 등은 음식과 본질적으로 관련이 없다고 판단해 조사에서 제외했다. 이와 함께 젊은 세대 사이에서 ‘맛집’의 기준으로 사용되는 인터넷 식당 안내 사이트 ‘윙스푼'(www.wingspoon.com/seoul/index.nhn)과 < 블루리본 서베이: 서울의 레스토랑 2010 > (클라이닉스 펴냄)에 소개된 식당이 적발된 적이 있는지도 살폈다. 조사 대상은 매출 200억원 이상 음식 프랜차이즈, 호텔 협회 기준 특1·2급 호텔 식당 등으로 한정했다. 사업 규모나 ‘브랜드 가치’를 근거로 판단할 때 이들 업체가 음식문화에 어느 정도 공익적 책임을 갖는다고 판단했다. ‘가맹사업자는 가맹사업의 통일성과 명성 유지를 위해 필요한 범위에서 가맹점주에게 품질기준을 준수하도록 요구할 수 있다’는 2005년 대법원 판례도 기준으로 참고했다. 성분 미상의 음료 팔고 묵묵부답 취재 결과는 ‘프랜차이즈의 배신’이라 할 만했다. 유명 프랜차이즈 가맹점 6곳과 특급호텔 식당 1곳이 적발됐다. 커피빈 송파구 잠실동점과 서초구 서초동점이 똑같이 ‘한글 미표시 수입식품 조리에 사용’ 이유로 지난해 4월 송파구청과 서초구청으로부터 각각 영업정지 1개월과 과징금 3360만원의 행정처분을 받았다. 송파구 잠실동점은 영업정지를 과징금 2640만원을 내는 것으로 갈음했다. 식품위생법상 수입 식재료의 경우 반드시 원산지와 유통기한, 성분표시 등이 한글로 표기돼야 한다. 커피빈코리아 송파구 잠실동의 경우 원산지·유통기한·성분 등이 한글로 표시되지 않은 자몽주스를 사용하다 적발됐다. 걸리면 영업정지 1개월을 처분받는 ‘중죄’에 해당한다. 식약청의 설명을 종합하면, 식재료에 한글 표기가 안 돼 있을 경우 수입 과정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 세관과 검역을 제대로 거쳤는지 의심된다는 취지다. 한글 표기는 소비자의 건강과도 직결된다. 원료 성분이 제대로 표시돼야 특정 식재료에 알레르기를 가진 소비자가 이를 미리 피할 수 있다고 식약청은 설명했다. 커피빈은 본사가 식재료 등 경영 전반을 직접 제어하는 직영점만 운영하고 있어, 수입 과정이 불분명한 식재료가 제공된 과정이 납득되지 않는다. 커피빈 코리아에 ‘이런 적발 사실을 알았는지’ ‘식재료 제공 등 직영점 운영 기준이 뭔지’ 전화와 전자우편으로 물었으나 답하지 않았다. 흔치 않게 죽 프랜차이즈를 표방해 성공한 ‘본죽’ 송파 가락동점이 유통기한이 지난 식재료를 조리 목적으로 보관했을뿐만 아니라 위생 상태가 불량해 지난해 10월21일 과징금 300만원과 과태료 30만원의 행정처분을 받았다. BHC치킨 봉천점은 유통기한이 6일 지난 닭고기를 사용하려다 적발돼 지난해 5월 관악구청으로부터 영업정지 15일의 행정처분을 받았다. BHC치킨은 연매출이 600억원을 넘는 대표적인 치킨 프랜차이즈다. CJ푸드빌이 운영하는 한식당 ‘비비고’ 광화문점에서 지난해 12월 돌솥비빔밥을 먹은 손님이 밥에서 작은 돌멩이를 발견해 항의하는 일이 벌어져 종로구청으로부터 시정명령을 받았다. 파리바게뜨 강남구 신사동점은 음식물 폐기물통에 뚜껑을 달지 않아 주방에서 악취가 진동한 탓에 구청으로부터 시설개수 명령을 받았다. 본죽과 CJ푸드빌에 당시 사건에 대해 질의했으나 답변을 거부했다. 특1급 호텔인 JW메리어트호텔 내 레스토랑 ‘메리어트 카페’는 지난해 7월 서초구청으로부터 과징금 4080만원의 행정처분을 받았다. 아질산이온은 육가공품의 색깔을 선홍색으로 만들고 미생물 번식을 억제하며 맛도 부드럽게 해준다. 법률이 정한 기준과 용도 내에서 사용이 허락되지만, 시민단체는 줄곧 사용을 반대해왔다. 메리어트호텔은 이런 아질산이온을 육가공품이 아닌 다른 음식에 사용하다 적발된 것이다. 이 호텔 식당은 2009년에도 훈제연어에 붉은 빛깔을 내려고 아질산이온을 사용하다 적발된 전례가 있다. 과징금만 내고 정상 영업해 ‘맛집의 배신’도 재확인됐다. 윙스푼과 블루리본 서베이에 동시에 소개된 고급 퓨전 한식당 ‘민가다헌’이 음식을 비위생적으로 보관하고 요리사들이 위생모를 착용하지 않은 사실이 적발돼, 지난해 6월 과태료와 시정명령 행정처분을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케이크 전문점으로 윙스푼 맛집에 소개된 ‘카페페라 클래식’에도 지난해 6월 과징금 3천만원이 부과됐다. 법률상 해당 음식점이 직접 조리하지 않고 완성된 음식을 외부에서 사온 뒤 되파는 경우 성분과 유통기한 등을 밝혀야 한다. 카페페라 클래식은 완제품 케이크를 외부에서 사온 뒤 아무 표기 없이 팔다 적발됐다. 제주산 방목돼지를 제공한다고 윙스푼에 소개된 ‘화부돈’은 돼지고기 원산지를 허위로 표기해 지난해 8월 영업정지 7일에 과징금 574만원 행정처분을 받았다. 청소년에게 술을 팔거나 유흥접객부를 불러 접대하는 등 중한 위반을 한 경우가 아니라면, 식당 주인의 요청에 따라 영업정지를 과징금으로 갈음할 수 있다. 똑같이 영업정지 1개월 처분을 받더라도 식당의 매출액에 따라 과징금이 다르다. 소비자에게 유통기한, 식재료 원산지, 위생 문제는 절박한 관심사지만, 이와 관련돼 행정처분을 받아도 과징금만 내면 정상 영업을 할 수 있는 셈이다. 아직 공개 시스템이 널리 알려지지 않아 소비자에게 적발된 사실이 잘 알려지지도 않는다. 윙스푼은 네티즌의 갑론을박을 통해 맛집을 선정한다. 식당에 문제가 있을 경우 사용자는 ‘신고하기’ 게시판에 글을 올리고, 윙스푼 편집부는 이를 참조하는 시스템이다. 블루리본 서베이도 1·2차에 걸쳐 유·무료 온라인 회원들의 추천을 받은 뒤, 미식가·음식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수십 명의 ‘블루리본 기사단’이 등급을 매긴다. 윙스푼은 2009년 구청의 행정처분 내용을 꾸준히 참고한다고 밝힌 바 있다. 블루리본 서베이도 2009년 위생 문제가 불거지면 등급에 반영하지만, 자체 인력만으로 모든 구청의 행정처분을 점검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밝혔다. 신뢰를 파는 만큼 공적 책임 가져야 대법원 판례를 보면, 가맹사업자는 따로 가맹금을 받는 게 아니라 가맹점주에게 식재료를 팔고 가맹점주가 최종적으로 판 음식값의 차이만큼 이익을 가져간다. 가맹사업자가 제공하는 것은 식재료만이 아니다. ‘믿고 먹을 수 있다’는 ‘브랜드 가치’를 판다. 판촉활동을 할 때 가맹사업본부는 지역의 가맹점주에게 전단지 비용 등을 의무적으로 물린다. 이를 시정하라는 공정거래위원회와 가맹사업체 사이에 여러 차례 소송이 벌어졌던 이유다. 판촉만큼 식재료 등 기본을 지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맛칼럼니스트인 황교익씨는 “식재료를 고를 능력이 없는 외식 창업자들 때문에 음식 프랜차이즈가 번성한다”며 “소비자가 음식 프랜차이즈에 거는 기대는 어느 정도 믿을 수 있으리라는 신뢰감”이라고 밝혔다.